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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0.02.09
압구정 성당
故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
제1차 피아노 리허설
김덕기 지휘자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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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휘자의 손 끝이 요술방망이가 아닌 이상에야
없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순 없다고 생각해왔다.
그런데, 저 손은
없는 소리도 만들어낸다.
눈으로 보고
귀로 듣고 나서야
전율했다.
그런 분과 한 무대에 서 있어서
행복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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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분의 매력은
그 끝 모를 카리스마가 전부인줄 알았다.
쳐다보고 있으면
노래 부를 것을 잊을 정도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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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,
지휘자의 제1 덕목이
결코 카리스마는 아니었다.
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,
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해석,
끊임없는 공부.
그것이 뒷받침되지 않는 몸짓은
그저 공허할 뿐이라는 진리를
온 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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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휘자의 자리에서 음악을 하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
나 혼자 잘난 맛에 하는 것이 아니라
여럿이 함께 'IDEA'를 추구하는 가운데
산술적 합산 이상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.
내 머리속에 그려놓은 음악의 이미지가
나와 함께 움직일 단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,
결국에는 같은 이미지를 공감할 수 있도록,
그 기나긴 시간을 함께 호흡하고, 교감해야 하는데.
단 한 번의 리허설로
70명의 머릿속에 동일한 그림을 그리게 해 주었다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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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
나도 단원들 앞에서
저렇게 넉넉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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