신기루
근처의 인천대공원 등으로 소풍을 다녀올때면
그 까칠한 빡빡머리의 소년들이
공부는 뒷 전으로 운동장에 뛰어댕겨 까무잡잡해진 얼굴에
어떤 녀석은 가끔 버즘도 피고
무스에 스프레이에 한껏 멋을 내고는
열을 푹푹 뱉아내던 아스팔트길을
지리하게 걷곤 하였다.
소풍이라고 며칠을 졸라 겨우 얻어낸
새 아디다스 운동화는
쩍쩍 늘어붙을 지경이다.
담배 몇 까치와 함께 이미 출석체크 후 아침부터 사라져버린
근사한 친구들을 따라나서지 못한 후회는,
그냥 교실에서 생산되는 그렇고 그런 자식들과의
지금은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
한샘학원의 어느 가시나에 관한 나름대로의 심각한 얘기들과 함께
길 위를 어른거리고.
절대로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
그 신기루를 찍어보려
땀을 반 바가지쯤 흘린 어느 오후.
